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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학

종말론에 대한 성서적 이해: 요한계시록 vs 다니엘서

1. 다니엘서의 종말론적 배경 – 묵시문학의 고대적 기원

다니엘서는 구약성경 중 대표적인 묵시문학이며,
특히 7장부터 12장까지의 내용은 종말론적 예언의 핵심 본문으로 여겨진다.
다니엘서의 종말론은 바벨론과 페르시아 제국의 억압 아래 살아가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역사의 끝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완전하게 세워질 것을 소망하게 만드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로 기능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네 마리 짐승(단 7장), 열 뿔, 작은 뿔 등의 상징들은
당시 세계 제국들과 그 통치자들을 상징하는 정치적 코드로 해석되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나라가 이 세상의 제국들을 무너뜨리고 영원한 나라로 세워질 것이라는 예언을 담고 있다.
이러한 상징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억눌린 신앙 공동체에게 주어진 종말론적 해석 렌즈였다.

특히 다니엘서 12장은 죽은 자의 부활, 마지막 심판, 의인과 악인의 분리 등을 언급하며,
**성서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개인적 부활에 대한 명시적 언급’**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단지 국가적 회복만이 아닌, 개인의 종말과 영원한 운명에 대한 질문으로 종말론의 지평을 넓히는 대목이다.

결국 다니엘서의 종말론은 압제와 불의 속에서도 하나님의 계획이 반드시 성취된다는 신학적 선언이며,
이 선언은 이후 요한계시록의 구조와 상징적 언어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요한계시록의 종말 이해 – 구속사 완성을 향한 신약의 묵시

요한계시록은 신약 성경의 마지막 책이자,
초대교회 성도들이 박해받는 현실 속에서 종말론적 희망과 예언적 경고를 동시에 담은 묵시문학의 정점이다.
요한계시록은 단순한 미래 예언서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구속사의 궁극적 완성을 선언하는 문헌이다.

요한계시록에서 묘사되는 7인, 7 나팔, 7 대접 등의 구조는
단순한 파괴적 재난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가 어떻게 실현되며, 세상의 악이 어떻게 종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이 책은 로마 제국의 정치적 박해 속에서 성도들이 읽던 문서였으며,
“짐승”, “큰 음녀 바벨론” 등의 표현은 실제로는 로마의 정치권력, 타락한 체제에 대한 신앙적 코드화로 해석된다.

요한계시록은 종말을 단순히 무섭고 두려운 심판의 시기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계 21:5)라는 선언처럼,
새 하늘과 새 땅, 하나님의 거처가 사람들 가운데 임하는 회복의 미래를 예언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종말의 끝이 아니라, 창조의 회복이자 구속사의 완성으로서의 종말론이다.

무엇보다 요한계시록의 중심에는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가 놓여 있다.
그분은 유대의 사자로 오셨지만, 죽임을 당한 어린양으로 통치하시는 왕이 되셨다.
이것이 요한계시록이 보여주는 역설적 종말의 중심 메시지이며,
그 승리는 칼이나 폭력이 아닌, 희생과 사랑, 진리로 이루어졌다는 영적 선언이다.

 

3.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의 비교 – 상징, 구조, 메시지의 공통성과 차이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는 모두 묵시문학 장르로 분류되며, 종말론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성경의 대표적인 예언서들이다.
하지만 이 둘은 시대적 배경, 사용된 상징, 전달 방식, 강조점에서 각각 독특한 차이를 보인다.

공통적으로 두 문서는 역사 속 제국의 부패와 악에 대해 하나님의 최종 승리를 선포한다.
다니엘서는 네 짐승, 뿔, 사람의 아들 등의 상징을 통해 세상의 역사적 흐름과 하나님의 통치 사이의 대결 구도를 강조하며,
요한계시록은 일곱 인, 나팔, 대접을 통해 더 상세한 종말 시퀀스와 그 속의 영적 전쟁을 묘사한다.

특히 다니엘서의 “사람의 아들” 개념은 예수님의 정체성을 신약에서 더욱 명확히 설명하는 기초가 되며,
요한계시록의 “어린양”은 그 다니엘서의 예언이 예수 안에서 성취되었음을 선언하는 기독론적 해석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구조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과 성취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

또한, 다니엘서가 주로 구약적 맥락에서 유대 민족의 회복과 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요한계시록은 그 메시지가 민족과 국경을 초월해 전 인류적 구속의 종말로 확장되어 있다.
이 차이는 구약에서 신약으로 이어지는 종말론의 발전을 보여주는 결정적 흐름이다.

요한계시록은 다니엘서의 상징을 빌려오되,
그리스도 중심의 해석과 교회 공동체에 주는 직접적 메시지로 심화시킨다.
이는 단순한 예언의 반복이 아니라, 종말 신학의 성취와 재해석으로 이해해야 한다.

종말론에 대한 성서적 이해: 요한계시록 vs 다니엘서



4. 현대 신앙인에게 종말론은 무엇인가 – 경고인가 소망인가?

많은 현대 신자들은 ‘종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재앙, 전쟁, 지구의 파괴, 휴거와 같은 종교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종말은 단지 두려움을 자극하거나, 시기를 추측하기 위한 예언의 코드가 아니다.
성서에서의 종말은 창조 질서가 온전하게 회복되고,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하나님의 프로젝트의 클라이맥스다.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은 모두, 종말을 불의한 세상의 구조가 무너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실제로 드러나는 순간
으로 묘사한다.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단순한 경고가 아닌,
삶을 재정비하라는 하나님의 초대다.
종말은 죽음이나 심판 이전에,
삶의 목적과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며,
그 질문 앞에 설 때 사람은 비로소 진정한 회개와 성숙한 믿음을 갖게 된다.

종말론은 우리의 일상 신앙에 놀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세상은 끝이 있다’는 인식은 인간의 교만을 꺾고,
자신의 삶을 매 순간 하나님 앞에서 성실히 살아내도록 만든다.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심을 믿는 사람은
자신이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기도로 인내하며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다.

또한, 성서적 종말론은 개인의 죽음 이후의 구원만을 말하지 않는다.
성경의 종말은 사회적, 구조적, 집단적 차원의 회복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선언이다.
가난한 자가 억울하지 않고,
악인이 제도 속에서 정의를 유린하지 않으며,
고통받는 이가 잊히지 않는 세상,
그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일부다.

이러한 시선에서 종말을 이해할 때,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대한 무관심으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이루기 위한 실천에 참여하게 된다.
정치, 경제, 환경, 인권의 영역 속에서
신자는 종말의 종말이 아니라, 종말의 시작을 살아가는 이들로서 세상의 회복을 위한 도구가 된다.

또한, 종말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삶의 자세를 새롭게 한다.
주님이 오늘 오신다 해도 부끄럽지 않을 준비된 삶,
그리고 설령 그분이 늦게 오신다 해도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일상의 순종
진정한 종말 신앙을 실천하는 방식이다.
종말은 도망이 아니라 맞이하는 준비,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으로 나아가는 확신의 시간이다.

결국,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 모두
‘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한다.
성서적 종말론은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는 새 창조의 선언이자,
그 약속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의 삶의 근거
다.

종말을 제대로 이해할 때,
우리는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내는 사람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종말론이 단순한 예언을 넘어,
신앙인에게 주는 가장 강력한 소망이자, 실천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