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적 예수 탐구의 시작 – “진짜 예수는 누구였는가?”
역사 속의 예수, 즉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에 대한 탐구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신앙의 전통 안에서 오랫동안 ‘그리스도’로 숭배받아 온 예수가, 실제로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말을 했으며, 어떤 사회적 배경 안에서 활동했는지를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역사적 방법론을 통해 밝히려는 시도가 등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자들은 복음서를 단순한 신앙 고백서가 아니라, 고대 문헌의 일종으로 읽고 비교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는 ‘신앙의 예수’와 ‘역사의 예수’ 사이에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앙의 예수는 부활하신 구세주, 하나님의 아들로 믿어지지만, 역사적 예수는 갈릴리의 유대인 남성, 종교 개혁가 또는 선지자적 인물로서 특정 시대의 문화와 정치 속에서 활동한 인물로 이해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관점 차이가 아니라, 신앙과 학문 사이의 해석 방식의 충돌을 불러일으키며, 예수 이해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접근은 신앙을 해체하거나 파괴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오히려 예수의 메시지를 더 정확히 이해하고,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어떻게 그를 '주님'으로 고백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역사적 탐구는 신앙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신앙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추적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2. 신앙의 예수 – 초기 교회가 만난 부활하신 그리스도
‘신앙의 예수’는 복음서와 사도들의 편지,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예배와 고백 속에서 형성된 인물상이다. 이 예수는 단순히 과거에 살았던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계시며 인간의 구원을 완성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믿어지는 존재다. 이 예수는 역사적 자료나 기록보다도 경험과 만남, 공동체적 고백 속에서 형성된 신앙의 중심인물이다.
초기 교회는 예수의 생애보다도 십자가 죽음과 부활 사건을 중심으로 신앙을 형성했다. 복음서도 예수의 전 생애를 균형 있게 기록하기보다는, 마지막 일주일의 사건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이는 예수가 단지 가르침을 전한 인물로 기억된 것이 아니라, 죽음과 부활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성취하신 그리스도로 이해되었음을 보여준다.
신앙의 예수는 또한 성령을 통해 지금도 신자들의 삶 속에서 역사하시는 분이다. 성경을 읽을 때 감동을 주시는 분, 기도 중에 응답하시는 분, 예배 속에서 임재하시는 분으로 경험된다. 이는 단순한 심리적 투사가 아니라, 수천 년간 이어진 공동체적 경험과 영적 체험의 결과로써 형성된 신앙의 구조다.
그러므로 신앙의 예수는 더 이상 ‘역사적 증거’로만 설명될 수 없다. 그는 시간을 초월해 오늘 우리에게 살아 계신 주님이며, 단지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를 부르시는 인격적 존재로 고백된다. 이것이 신앙의 핵심이며, 기독교가 단순한 역사 종교가 아닌 살아 있는 관계 중심의 신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3. 둘 사이의 긴장 – 역사와 신앙, 충돌인가 조화인가?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예수’는 서로 다른 접근 방식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는 때때로 긴장과 충돌이 발생한다. 역사학은 검증 가능한 사실, 문헌적 증거, 고고학적 단서를 바탕으로 인물을 해석하려고 한다. 반면 신앙은 개인의 체험과 공동체의 전통, 성령의 인도하심을 근거로 예수를 믿고 따르는 것이다. 이 두 관점은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고, 다른 방식으로 대답한다.
예를 들어, 역사적 예수 연구에서는 예수의 신성이나 부활을 ‘사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공동체가 만들어낸 해석 또는 신앙적 고백의 결과로 본다. 반면 교회는 부활이 실제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며, 그 사건을 통해 인류 구원의 문이 열렸다고 믿는다. 이런 차이는 신앙의 본질에 대한 도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학자들이 둘 사이의 갈등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신학자들은 이 두 시선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역사적 탐구를 통해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더 잘 이해하고, 신앙적 고백을 통해 그 메시지를 오늘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N.T. 라이트는 역사와 신앙의 통합을 시도한 학자로, 예수의 부활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실제적인 사건임을 논증하면서도, 그것이 오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신학적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역사와 신앙은 반드시 충돌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두 시선은 예수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역사적 예수는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 사회적 배경, 언어와 행동의 맥락을 알려주고, 신앙의 예수는 그분의 신적 정체성과 영원한 의미를 체험하게 한다. 이 둘은 서로를 보완하며, 예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4. 오늘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 고백으로 이어지는 역사
‘예수의 역사성과 신앙의 예수는 같은 인물인가?’라는 질문은 사실상 지금 내가 어떤 예수를 믿고 있으며, 어떤 삶의 태도로 그분을 따르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신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수용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신앙은 내 삶에서 예수가 누구인지에 대한 고백으로 구체화된다. 이 고백이 있을 때, 과거의 역사적 인물이었던 예수는 지금 나의 삶과 인생을 이끄시는 주님으로 살아나게 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자라고, 성경 지식을 쌓지만, 정작 “예수가 내게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고백 없이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에게 예수는 윤리적 교사일 뿐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단지 삶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는 심리적 위안의 상징일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예수는 역사를 관통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주권적으로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며, 나를 변화시키는 인격적 주님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신앙 고백이 단지 교리문을 암송하는 차원이 아니라, 예수에 대한 실제적 관계 고백이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에게 예수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 각자가 '역사 속 인물'을 넘어서 '삶의 주인'으로 고백할 수 있는 신앙적 통찰과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도 예수에 대한 이해는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그분을 치유자, 다른 이들은 정의의 선포자, 또 어떤 이들은 친밀한 친구로 경험한다. 이 모든 이해는 복음서가 말하는 예수의 다양한 얼굴을 반영하며, 예수에 대한 신앙은 획일적일 수 없고, 오히려 공동체 안에서 풍성하게 확장되는 관계적 진리임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그 다양한 고백이 모두 예수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다.
현대 사회는 개인주의, 상대주의, 포스트모던 세계관이 지배하는 시대다. 이런 문화 속에서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점점 더 상대적인 해석을 허용하게 된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은 단지 ‘나에게 의미 있는 예수’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앙의 예수는 모든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보편적 구세주이며, 역사의 한 시점에서 등장하신 구체적인 인물로서 실존하셨던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에 대한 우리의 고백은 개인적 일뿐 아니라 역사적이며, 공동체적이고 우주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예수는 단순히 “나의 구주”일 뿐 아니라, “세상의 주님”으로 고백되어야 한다. 이 고백은 단지 예배 시간에 외쳐지는 신앙 언어가 아니라, 나의 말과 행동, 선택과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드러나야 할 삶의 방향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만이, 예수를 단순히 역사에서 배우는 인물이 아니라 오늘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계신 주님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예수는 역사와 신앙, 과거와 현재, 인간과 하나님 사이를 잇는 유일한 다리이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는 것은 정보로서가 아니라, 삶으로 고백하고, 매일 따라가는 제자의 길로 완성된다.
결국 “예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는 누구의 통치를 받고, 누구를 따르며, 누구를 닮아가고 있는가?”**라는 자기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예수의 역사성과 신앙의 예수가 하나의 진리로 통합되는 길이며,
그분을 믿는 우리가 진짜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성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서 속 계약 개념: 노아, 아브라함, 모세, 예수 (0) | 2025.04.15 |
---|---|
구약의 하나님 vs 신약의 하나님, 다른 성격인가? (2) | 2025.04.13 |
십계명의 현대적 의미와 윤리적 적용 (0) | 2025.04.13 |
성서의 기적 이야기, 현대 과학과 충돌하는가? (0) | 2025.04.13 |
고고학으로 본 구약의 역사적 실재성 (2) | 2025.04.12 |
여성의 관점에서 본 성서: 억압인가 해방인가? (0) | 2025.04.11 |
성서 비평학의 종류: 역사비평, 문학비평, 사회비평 (1) | 2025.04.11 |
성서 원어 히브리어와 헬라어가 말하는 진짜 의미 (1) | 2025.04.11 |